브래드 피트의 퓨리

안봤으면 후회할뻔 했다. 역시 브레이드 피트의 이름값은 충분히 한 영화다.

2차대전 배경 전쟁영화는 한물 간 주제고 대부분 미국 영웅주의 흐름 전개라 식상한 면이 많다. 그래서 대규모 물량 공세나 화려한 특수효과가 빠진다면 흥행과 거리가 점점 멀어지게 된다.

 

 

퓨리는 영웅주의도 없고 대규모 물량 동원도 없고 화려한 특수효과도 없다. 오히려 저예산 독립 영화라 할 정도로 소박한 구성이다. 명색이 탱크부대 이야기인데 M4탱크 5대와 독일의 대전차포 2대, 티거전차 1대, 약간의 보병들, 몇 명의 민간인들이 출연진 전부다.

 

 

사진 : 네이버 영화정보

 

몇몇 정보에서는 브레이드피트가 탱크부대 대장이라고 나와있으나 대장이란 호칭은 그의 탱크에 탑승한 승무원이 그를 호칭하는 별칭일 뿐이다. 영화에서 그의 계급은 하사다. 영화의 배경은 2차대전 말기 독일 진격 최선봉에 선 미국 탱크부대(사실 5대 밖에 안되는)의 이야기이고 그중 브래드피트가 지휘하는 m4 셔먼 탱크 fury가 이야기 중심에 있다.

 

퓨리라 불리는 탱크의 전차장인 주인공 브레이드 피트의 목표는 전투에 살아 남는 것이다. 그에게는 강대국 미국의 관대함도 없고 연합군의 인도주의도 없고 전쟁을 승리하겠다는 대의도 없다. 그저 자신과 부하들을 전투에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포로로 잡은 독일군을 신병을 위한 사격 연습 대상으로 삼고 항복한 독일군 장교를 거리에서 총살하고, 점령한 마을의 여자를 부하에게 전리품으로 던져준다.

 

이토록 살아님는 것에 집착한 fury의 승무원들은 살아남는 길을 포기하고 전차를 무덤으로 삼는 길을 선택한다. 왜 그랬을까. 아프리카 전차전부터 전쟁 말기까지 힘들게 살아남으려고 버텼는데 왜 무모한 선택을 해서 영화를 재미없게 만들었을까하는 생각이 많이든다. 영화를 끝까지 안본다면 정말 어이 없는 선택으로 판단 해버릴 수도 있다.

 

퓨리의 승무원들은 이 전투에서 살아 남더라도 종전후 현실에서는 살아남을 자신은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영원히 퓨리 속을 떠나기 싫어했는지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오히려 힘이 다한 노인이 집에서 편하게 죽기 원하는 것 처럼.

 

살아남는 임무가 아니고 명령에 의한 임무를 죽음으로 마무리 한 결과로 남은 것은 무덤이 되어버린 전차와 승무원들이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퓨리 승우원에게 던지는 미군의 한마디 "너는 영웅이다."

 

"너는 영웅이다."앞에 한마디가 빠진 느낌이다. "살아남아서 너는 영웅이다."

 

전차장인 브레이드피트와 나머지 승우원들은 영웅이 되기 보다는 퓨리에서 자신들 만의 이야기를 마무리하길 바랐는지 모른다.

 

발지대전투와 같은 대규모 전쟁장면과 웅장한 비쥬얼, 아무 생각없이 볼 수있는 블록버트터를 기대하고 본 사람들은 매우 실망 했을 영화다. 영화 장르를 다시 분류하자면 전쟁 영화가 아니고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라고 볼 수있다. 하지만 짧고 소규모 전투 장면들은 급박하게 돌아가는 전투와 긴장한 군인들의 상태를 표현하는데 아주 충분했다. 이 영화는 탱크 몇대와 포2대 약간의 보병으로 충분히 전달하고자 한 것은 다 보여준 것 같다. 억지로 영웅을 만들지 않고, 전쟁을 미화 시키려 하지 않아서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여담으로 전투에 등장한 독일의 티거 탱크와 미군의 m4 셔먼 탱크는 영국 전차박물관에서 보관중인 실제 모델들 이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