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의미
2003. 12. 21. 08:08ㆍMY SPACE/Photo n 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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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사진이 왜, 어떻게 찍혔는 지 알지 못하고 그 사진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힘들다. 이야기하기 힘들면 그 사진의 의미에 대해 폭넓고 깊게 생각할 수 없다. 시·소설과 같은 문학작품과 달리 사진은 작가의 의도라는 부분에 별로 비중을 두지 않고 논의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사진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물, 실제로 일어난 사건의 흔적이며 기록이기 때문에 그 자체가 훌륭한 증거이자 증언으로써 충분하다는 소박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그 스스로 말한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사진은 사물(자연)의 언어다" 운운. 그러나 이미지가 그 자체로서 말할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이다. 한마디로 말해 설명이 뒤따르지 않는 사진, 그것이 어떻게 찍힌 것인지 그 배경과 연유에 대해 알지못하는 사진은 정체불명의 애매한 이미지로 머물 뿐이다. 문학 텍스트는 '떠벌리고' 있는데 사진 텍스트는 보통 침묵한다. 언어적 해설이 뒤 따르지 않는 사진은 마치 자폐 공간안에 갇혀있는 어린아이와 같다. 이해 불가능한 것, 소통 불가능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진에는 제목이나 설명이 필수적이다. 작가 사진의 경우, 이런 제목이나 설명은 대부분 작품을 찍게 된 동기나 의도를 암시하기 위한 것이다. 사진 이미지가 분명한 의미를 가지려면 적절한 맥락이 주어져야한다. 사진은 그 자체로 의미하기 힘들다. 이 점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제목 등 언어적 해설이 필요한 것이다. 일찍이 벤야민이 브레히트의 말을 인용하며 분명하게 지적한 바다. 순수 조형사진을 제외한 작가 사진, 또는 작품으로서의 사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진을 찍는 행위와 그 사진을 보는 행위는 반드시 동일한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같은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사진이라는 시각적 생산물을 통해 찍는 사람과 보는 사람이 같이 만나 의미를 공유하는 것이 가능하며 또 그것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둘을 일치시키고 싶어한다. 작가의 의도와 보는 사람의 해석은 어긋날 때가 많다. 사실상 작가가 무엇을 의도한다고 하더라도 보는 사람이 과연 이 의도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그러나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작품의 의미를 제대로 읽기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아야한다. 역으로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 우리는 작품의 의미를 독해해야 한다. 이율배반인 것 같으나 사태는 항상 그러하다. 언어적 설명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진 이미지 그 자체에서 직접 작가의 동기나 의도의 실마리를 읽어낼 수 있따면 더없이 이상적이다. 작품의 의미는 추가적인 (언어적) 설명에 의해 굴절되거나 훼손되지 않고 보다 생생하게 떠오를 것이다. 여기서 '생생하다'는 말은 지각적 체험의 충만함과 강도를 잃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단일 사진작품에서 작가의 의도를 짐작하기란 힘들다. 이에 비해 일종의 연작의 성격을 가지는 작업의 경우 개개 작품들을 한데 묶어 주는 일관된 공통의 테마, 공통의 처리방식, 공통의 분위기를 통해 그 의도를, 그 지향하는 바를 보다 쉽게 감지할 수 있다. 최민 /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출처: 정인숙 사진집 [불구의 땅] 서문 중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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