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순환이론 : 금융장세 → 실적장세 → 역금융장세 → 역실적장세

2013. 5. 16. 19:29Money Watch/주식시장과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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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은 끊임없이 순환한다.

주식시장은 강세와 약세를 반복한다.


금융장세 → 실적장세 → 역금융장세 → 역실적장세


1.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면 나타나는 금융장세

기업의 실적은 여전히 부진하고 경기는 위축되어 있지만, 주식시장에는 가격이 내려간 주식을 사려는 유동성이 넘친다. 즉, 수요 공급에서 수요가 우위에 서는 것이다. 이때 주식시장은 돈의 힘으로 상상을 시작한다. 금융장세에서의 주식시장 상승은 실적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접근성이나 유동성이 좋은 건설업, 금융업, 무역업 같은 종목으로 매수세가 집중되어 발생한다. 특히 이들 종목은 침체기에 과도하게 저평가되거나 주가가 떨어지는 효과가 있어 상대적으로 가격 메리트가 증가해 있기도 하다.

또한 경기침체 와중에도 나름대로 견고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는 안정성이 높은 종목들, 예를 들면 의약품, 필수소비재, 공공서비스업과 같은 종목들에 대한 상대적인 매수가 이어진다. 즉, 투자자들은 싼 주식, 그리고 추가적인 침체가 이어져도 상대적으로 부도 위험성이 낮은 기업에 주목하는 것이다.


2. 기업 실적이 좋아지는 실적장세

기업들은 경기확장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투자를 시작하며 실제 소비가 늘어난다. 이런 설비투자 효과는 기계, 운송장비업, 화학 등의 업종에 자신감을 불어넣고, 설비투자를 바탕으로 실적을 호전시킬 수 있다. 이후에는 기업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고PER 주식이 득세하며, 이번 사이클에서 가장 호황을 누릴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군들이 주도주로 부각된다.

이 경우 시장의 성격도 기술적 분석의 입장에서 기업 분석의 입장으로 돌아서며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이 기가 막힐 정도로 잘 들어맞는다. 업종담당 애널리스트들이 우호적 평가를 내리는 업종이나 기업의 평가는 다음날 즉각적으로 주가에 반영되고, 애널리스트의 위상은 극대화된다. 사람들은 증권사의 전망만 보고 너도나도 실적을 입에 올리기 시작한다. 누가 먼저 바닥을 전망했는지, 누가 먼저 주도주를 예측했는지 하는 기술적 분석가나 소위 시장 고수들의 입지가 부각된다. 이 시기에는 아직 기업의 실적이 눈으로 확인되지 않고 미래 경기도 확정적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애널리스트들이나 경제학자들은 여전히 미심쩍은 눈으로 시장을 바라본다. 이때를 실적장세라 부른다.


3. 투자자들에게 두려움을 안겨주는 역금융장세

경기가 호전되고 기업실적이 나아지며 자본시장에서 이익을 낸 투자자들이 소비를 대폭적으로 늘리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유동성 과다로 인한 부작용이 도처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기업들은 과도한 자신감으로 설비경쟁을 하고 투자자들과 증권사들은 군집효과에 도취되어 미래의 장밋빛 전망 외에는 아무것도 들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관투자가와 개인 투자자들 사이가 가장 좋은 시기이기도 하다.

그 결과 이제 정부는 재정지출을 줄이고 금리를 올린다. 기업의 조달금리는 높아지고 설비투자는 과도한 재고를 유발한다. 2~3년에 걸친 호황이 막을 내릴 준비를 하는 것이다.

시장은 여전히 파티를 벌리지만 여의치 않은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기업의 실적은 여전히 좋고 미래 실적도 나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시중의 돈이 줄어들면서 더 이상 비싼 값에 주식을 사들이기가 어려워진다. 높은 금리는 채권시장으로 투자자의 유입을 촉진하고 주식시장의 큰 손들은 서서히 채권투자로 돌아선다. 주식시장은 가격 부담이 큰 대형주에서 가격 부담이 적은 소형주로 몰려가고 이때를 두고 가치투자 시대로 잘못 이해하는 투자자들도 늘어난다. 애널리스트들은 이 시기를 조정이라 부르고 시장은 일시적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진짜 무서운 것은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시중의 돈마저도 속속 채권이나 은행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이다. 대형주의 주가가 선도적으로 하락하며 주가의 급등락 양상이 나타나고 거래량이 급증한다. 이후 주가는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한다.

물론 이시기까지도 기업실적은 나쁘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기업의 실적은 전년도 실적이거나 전분기 실적일 분인데다가 대개 사람들은 다음 분기나 다음 연도 실적이 나빠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런 실적 예상의 미스매치는 시장을 저평가 국면으로 보이게 만든다. 상승 국면에서 주도주의 주가수익배율이 지나치게 높아서 투자를 꺼리던 투자자들은 주도주의 조정으로 생긴 주가수익배율 하락을 저평가 신호로 받아들이고 오히려 주식 매집에 열을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돈은 강한 구심력을 발휘하면서 빨려들어가고 실적 예상치가 속속 낮아진다. 그제야 투자자들은 미래 실적이 나빠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며 공포감을 가지기 시작한다. 이때가 역금융장세다.


4. 주가가 더 디스카운트되는 역실적장세

실제 우려했던 실적 악화가 확인되면, 과거 상승기에 실적 호전을 믿고 높은 가격을 지불하며 주식을 사들이던 투자자들이 미래에 나빠질 실적을 두려워하며 주식의 가격을 디스카운트하기 시작한다. 즉 실적 악화 속도보다 주가 하락이 더 가팔라진다. 주가는 자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투자자들은 도산 공포에 휩싸여 섣불리 투자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경기는 침체에 빠지고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완전히 위축되어 오히려 구조조정과 기업 매각에 나선다.

주식시장의 순환은 대개 이런 경로로 이루어지지만 사실 투자자들이 이 상황을 이해하기란 어렵다. 시장은 투자자들을 속이기 때문이다. 금융장세에서는 반신반의하게 되고, 실적장세에서는 고점이라 여기고 발을 빼면 주가가 더 오르고, 급격한 조정으로 매도하면 또다시 주가가 오르는 일이 반복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진짜 늑대가 나타날 즈음이면 그 말을 믿지 않게 된다. 투자는 이론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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